“아니, 재수없게 여자가 길바닥에서 담배를 피워.”
[서울신문,2005-07-06]

2005년 6월 30일 자정 전북 전주에 사는 A(28·여)씨는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폭행을 당했다. 집 근처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에게 40대 남자가 다가와 다짜고짜 담배를 끄라고 했다.A씨는 “나도 내일 모레면 서른이다. 내 담배 내가 피우는데 왜 기분 나쁘게 그러느냐.”고 대꾸하자 남자의 폭행이 시작됐다.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남자는 당당했다. 그는 붙들려가는 과정에서 “너희들이 뭔데 선량한 시민을 잡아가느냐.”며 경찰관들에까지 주먹을 휘둘렀다.
지난 2월에도 서울 성북구 미아동에서 여자들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노점상 유모(26)씨가 주먹을 휘둘렀다 경찰에 입건됐다.

지난 2005년 7월 서울신문에 난 기사다. 많은 기사가 있었지만 폭행을하고도 스스로가 선량한 시민이라며 항변했다는 부분이 주목되어 기사를 발췌했다.

심심찮게 일어나는 흡연여성에게 가해지는 폭행과 폭언은 2010년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따가운 시선정도는 당연하고, 폭언을 듣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다.
그나마 서울에서는 살짝 덜하긴하다. 서울안에서도 지역격차가 뚜렷해서, 느낀 바로는, 젊은이들이 많은 대학가나 번화가는 그나마 낫고 그 외 지역은 시선의 따가움이 더 심하다.
뭐 직접 그 입으로 친히 욕지거리를 날리시는 분들을 만나면 그나마 따가운 시선정도는 애교라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난 종동 종로 뒷거리에서 "왜 아가씨들이 담배를 피워" 라며 담배가 떨어졌다는 너스레와 함께 추근덕대는 꼰대를 상대한다.

문득 궁금해서 2009년 OECD Health Data를 뒤적여보니 한국은 여성 흡연율이 세계 최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남성흡연율이 46.6%인데 비해 여성은 4.6%로 남성의 1/10에도 못미친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도 남성 28.6%, 여성 16.6%로 6:4정도의 비율을 보여 같은 동양권 국가와 비교해도 그 격차는 놀랍다.

흡연은 모두의 건강에 해롭다. 하지만 담배는 기호품이기도 하다.
누구나 원한다면 피울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런데 한국여성에게 그 자유의 폭이 상당이 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낮은 흡연율이 증명하는 또 한 가지 측면은 여성스스로도 흡연한다는 사실을 감춰야 한다는 사실이다.

남성과 여성의 흡연율 격차의 크기보다 내가 주목하는점은 어떤 진실을 사회적 정서때문에 감추고 살아야한다는 스트레스다.
동방예의지국(?)에서 흡연은 많은 예절을 지켜야하는 품목중 하나다.
어른앞에서 맞담배하지 말아라. 남자 앞에서 여자가 담배 피우면 안된다. 특히 사람들 보는데서 담배피우는건 절대로 안된다. 등등...
실제 난 "어디서 애인이랑 맞담배질이야!"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그것이 그냥 "농"이었다 해도 그 "농"이 통하는 사회적 정서라는 것이 있다.

흡연은 사실 비흡연자에겐 괴로운 냄새와 연기와 고통을 주는 나쁜 물건이다. 일인용 흡연은 없다는 캠페인처럼 흡연자들이 지켜야 할 에티켓은 정말 많다. 하지만 그 에티켓 선량한 시민이라며 여성을 두들겨 패던 "너도 지키셔야 하잖아요?!" 
난 단지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한 여성을 폭행한 한 남성이 자신이 선을 행했다고 믿는 사회적 현실이 메스껍다.
이런 현실은 여전히 여성이 약자일때, 여성이 자신의 어떤것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감추고 은폐할때 계속될 것이다.

낙태문제도 그렇다. 여성에게 출산할 권리가 있고 또 선택할 권리도 있다.
성관계를 선택할 권리가 여성에게 주어진다면, 피임의 책임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 옳고, 아이를 원하지 않을경우 피임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정당하다. 낙태는 그 이후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생명을 기를 수 없고, 책임질 수 없다면 그또한 그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사회적으로 생명을 책임질 수 없는 한국같은 사회에서는 더더욱!

권리! 우리에겐 권리가 있다. 일할 권리, 말할 권리, 행동할 권리. 우리의 인권이 존중받을 권리.
그래서 우린 얘기 할 수 있어야 한다.

제발 내 삶에 니 멋대로 태클걸지 말라고!
빌어먹을 예의는 너부터 좀 지키시라고!

*
여기서 흡연 자체가 옳은지.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특히 여성건강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보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오해는 없으셨으면 좋겠다.

Comment

  1. 허정 2010.02.26 23:12

    mb시대 들어서며 경제와 정치적 민주화뿐만이 아니라 유난히 여성의 삶에도 폭력적인 문제들이 늘고 있네요.. 정말.. 제대로된 투쟁의 시기가 가까워오는듯.

  2. 아아,,,, 담배는 어여 끊으셔요 ㅠ.ㅜ;
    참는 노력도 해볼 가치는 있는듯 합니다.

    • 맞아요. 한갑 넘게 피운날은 체력이 딸린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전 담배가 좋아요^^. 그리고 주변에 민폐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흡연자랍니다. 참을성이라고 말씀하시면 좀 힘든데.. 물론 안 피울수도 있죠~ 근데.. 체력이 딸리면 운동을 해서라도 담배피우면서 살고 싶은데요^^

  3. 궁문과뇨자 2010.03.21 00:23

    아 좋은 글이다ㅋㅋㅋ이런 공간이 잇는줄 첨 알았네요 ^^

  4. 오호라 2010.05.13 23:53

    대공감입니다. 뭐든간 여자가 하면 트집잡는 인간들이 많지요.
    흡연 문제도 - 흡연 자체의 입지도 좁아지는데, 남성 흡연가들은, 여성 흡연가와 손잡아 발디딜곳이라도 남겨둬야 할텐데 말입니다. 자기집에서 피는것까지 욕먹어야하는건 정말이지ㅡ 으
    담배로 검색하다가 오게되었는데, 다른글들도 보러 종종 와봐야겠는걸요.

    • 낭만달타 2010.05.14 11:26

      ^^& 자주 놀러오세요~ 여자가 담배얘기하면 건강생각하라는둥 걱정하는것도 비위상하죠. 자유롭고 싶지만. 그러기엔 한국사회는 너무 꽉막혀있어서요~

  5. 남자 2010.08.08 08:20

    머 맞는말이구만. 남자들이 일궈놓은 사회에서 기생충같이 들러붙은주제에

    세상좋아졌다고 나대는 여자들이 많아졌는데.

    운전하는것까진 봐주겠는데

    무슨 담배여 ㅋㅋ

    자고로 역시 여자와 복어는 패야제맛이랑께